글씨

Story 2017. 4. 13. 14:55

 부활동이 다 끝나자 아이들이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며 체육관을 정리했다. 공을 담는 아이들, 의자를 치우는 아이들, 밀대로 바닥을 닦는 아이들. 그 속에서 아야모는 바쁘게 노트에 이것저것을 적으며 비품을 체크하고 있었다.


 "니시하라상은 글씨를 되게 이쁘게 쓰네요!"


 일이 거의 마무리 될 무렵,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바라보니 밀대를 들고서 아야모의 노트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유우가 있었다.


 언제 온 거지? 유우 너머로 보이는 체육관의 상태를 살짝 확인해보니 청소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아마 그것을 알리려고 왔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짝 웃어주었다.


 "그래? 딱히 이쁜 것 같진 않은데..."


 내려다본 노트에 적힌 글씨는 흘림체로 정갈하게 적혀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이쁜 글씨체인 아기자기함과 동글동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에요! 깔끔하고 예뻐요! 그거 좀 봐도 돼요?"


 밀려오는 머쓱함에 슬쩍 노트를 덮으려고 하니 유우가 단호하게 부정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 말에 왠지 심장이 간지러워져서 배시시 웃으며 노트를 건네주었다.


 펼친 노트에는 날짜별로 비품의 이름, 숫자, 가격 등이 표로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또, 모자란 비품은 따로 표시해놓고 그것을 사 온 영수증도 바로 옆에 붙어있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유우가 진지해보여서 아야모는 진작에 그에게서 눈을 떼고 재빨리 비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 정리하고 고개를 돌리자 아직까지도 노트를 읽고 있는 유우가 있었다.


 "니시노야군? 이제 그거 나 주고 밀대 넣어야지."


 뭐가 재밌다고 그렇게 보는거지? 다가가 살짝 머리를 내밀어 유우가 바라보는 페이지를 바라보았지만 별거 없는, 며칠 전 자신이 쓴 비품 목록일 뿐이었다. 더 아리송해져서 고개를 들다가 어느새 노트에서 눈을 떼고 자신을 바라보는 유우와 시선이 마주쳤다.


 "니시하라상 글씨는 니시하라상 같아요. 어른스럽고 예쁘네요."


 그러고는 멍하니 굳어버린 아야모에게 씨익 웃으며 노트를 건네주곤 자신을 부르는 타나카에게 달려갔다.


 ".....!!"


 혼자 남겨진 아야모는 뒤늦게 이해하고 서서히 붉어지는 얼굴을 노트로 가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