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아야모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니시노야라 정말 다행이야.

그, 절대 걱정되거나 하지 않으니까. 누구보다 잘해줄 테고.

하하, 절대 나한테 와주라거나 하지는 않을게. 니시노야가 그렇게 만들 녀석도 아닌건 우리 둘다 알잖아. 부탁하고 싶은 건 그냥, 그러니까, 내가 역시 좀, 불편, 하려나. 그러지는 않으면 좋겠는데.

엑, 우는 거야? 울지마... 그....... 역시 미안."



1학년. 심약한 아사히에게 아야모가 힘이 많이 됨. 의지(3)+사람으로서의 호감(5)+이성으로서의 호감(2) 이어서 자각 없이 평안을 느끼면서 좋아하고 있었고, 다이치와 스가는 눈치챘으면서도 둘 다 느린 사람이니까 기다려주자 하면서 은연 중에 지지함.



2학년. 유우가 입학하고 아야모를 좋아하는 것을 잔뜩 나타내며 부딪히게 되자, 아사히는 그때서야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됨. (에피소드 1 이후) 하지만 직접적으로 누군가에게 맞서지 못 하는데다가 아야모의 헐값에 팔아버린 눈치로 인해서 안심하고 그냥 그 상태에 안주해버림. 다이치랑 스가는 그런 아사히를 눈치챘고 답답해 했지만 본인이 그러겠다는데 어쩔 수 없어서 내버려 둠.


근데 마츠리 이후로 분위기가 수상하더니 다같이 바다 갔을 때 둘만 산책 다녀오더니 개학했더니 이미 둘은 연인이었음. 아사히의 마음은 와장창 부서지고 흩어졌음.



3학년. 인터하이 후, 울면서 밥 먹고 다들 흩어져서 집에 돌아갔는데 아야모가 저녁 늦게 갑자기 체육관을 들러야 할 일이 생김. 어두워서 혼자가기 무서운데 유우는 200% 꿀잠 중일 것 같아서 3학년들 단체라인에 안 자는 사람? 하니까 아사히가 대답해 줌. 그래서 아사히랑 너랑 있으면 귀신도 너 보고 달아날 것 같아서 안 무서워. 너무해ㅠ 같은 소리하면서 체육관 감.


아사히는 1년동안 자기 감정을 잘 추스렸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도 포기하진 못 하고 꽁꽁 숨겨버림.

그래, 적어도 친구니까. 곁에 있을 수 있어.


그러다가 그 날 체육관에 단 둘이 있을 때, 아 지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 아야모 옆에는 항상 유우가 있으니까, 이렇게 단 둘이 있을 상황이 앞으로는 없을테니까. 그래서 답지 않게 숨겨놓았던 마음들을 풀어놓기로 결심함.


"있잖아, 아야모. 지금부터 내가 무슨 얘기를 할건데, 어... 어쩌면 네가 화낼지도 몰라. 정말정말 용기내서 얘기하는건데 음, 그러니까, 한 번 밖에 얘기하지 않을거야.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꺼내지 않을 얘기니까, 내 말 끊지말고 잘 들어줘? 끝나고 나서는 얼마든지 화내도 좋으니까."


유우랑 사귀고 있다고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야모가 다른 사람이 되는게 아니었으니까, 여전히 곁에서 일상을 같이 보내는 친구였으니까, '좋아했다' 가 아니라 '좋아한다' 였음.


머뭇거리며 말을 꺼내지 못 할 때만 해도 '얘가 나 몰래 무슨 사고쳤나...??' 생각하던 아야모는 많이 당황함. 3년동안 친구로밖에 보지 않았던 아사히니까.

고백을 들으며 뭐라고 외치려다가 아사히한테 저지당하고 머리속은 하얘져 감. 본인은 매우 가볍게 다 정리된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게 오히려 더 무겁고 깊게 느껴짐.

유우랑 사귄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래도 변함없이 그 감정 그대로 유지하면서 옆에 있어왔다는거니까.

그 감정에 보답해 줄 수 없는 자신과, 이미 그걸 알고 다 받아들이고도 담담히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아사히가 너무 안타까워서...

아사히 얘기가 끝나고 나 얘기 끝났어. 얘기하니까 속 시원하네. 이러면서 웃는 모습을 보고 아야모는 울기 시작함.


아야모는 미안해할수도 없었고 고마워할수도 없었고 화낼수도 없었음.

아사히는 그냥 다 끝난 얘기를 자기한테 털어놓을 뿐이었으니까.


자리에 우뚝 서서 엉엉 우는 아야모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 다가가서 되게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가 거뒀다가 멈칫멈칫하다가도 결국엔 꼭 안아줌.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오늘만이야... 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면죄부를 쥐어줌.

아사히는 아야모가 자기 대신에 울어준다는 느낌을 받음. 자신은 그냥 주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만 했을 뿐이었어서. 한번도 이런식으로 울어본적이 없어서. 그러면서 꽁꽁 숨겨두기만 했던 감정이 조금씩 풀리는걸 느낌.

아야모가 우는 건 결국 완곡하지만 확실한 거절이기 때문에. 자기 혼자서 엉성히 매듭짓던 이야기가, 감정이, 확실하게 마무리 됨.


어느새 아야모의 울음이 그치고, 눈물콧물 범벅이 된 아야모의 얼굴과 아사히의 옷 둘 다 엉망진창. 아사히가 보고 하하 웃으니까 아야모가 웃지마! 하고 얼굴 가림. 그리고 얼굴부터 씻으러 감.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며 (우니까 못 생겼네, 아야모. 놀리지마, 네거티브 수염. 네가 더 못 생겼어! etc...) 울었던 흔적을 지우고 나서 아야모가 아사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얘기함.


미안해. 난 널 친구로써 좋아하지만 그뿐이야. 네가 나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감정을 돌려줄 수 없어.

응, 알고 있어.


...사실 네가 화낼거라고 생각했어. 어떻게 나를, 후배의 애인을 그렇게 바라볼 수 있냐고...

나 화났어. 왜 나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어? 왜 모든 걸 혼자서 끝내버렸어? 왜 이제야 얘기해주는거야? 왜, 얘기한거야?


하지만 아야모는 그 모든 질문의 대답을 알 것 같았음. 그래서 굳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음.


...넌 정말 바보 멍청이야.


그러면서 아사히 등을 찰싹찰싹 때리면 아사히는 아프다고 엄살 피움. 말하면서도 아야모는 많이 울컥울컥함.


진짜... 착해빠져서는...

하하하...

뭐 좋다고 웃어!!


...아야모, 우리 아직 친구지? 나,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너랑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당연하지! 이 네거티브 수염!!


아사히는 그 잠깐의 공백에서 또 한 번의 거절에 자신을 염려해주는 배려를 읽고 웃음.


역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랑스럽고 상냥한 사람이구나.

난 정말 좋은 사람을 품고 있었구나.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아사히의 감정은 과거형으로 풀려나감. 졸업할 때까지 완전히 좋아했다. 로 마침표를 찍진 못하지만. 성인이 되서 몸이 멀어지고 현실에 치이면서, 조금씩 옅어지는 기억이 과거의 풋사랑같은 느낌으로 기억되었으면.


고백 이후에 오히려 아사히는 아야모를 더 다정하고 가깝게 대함. 예전에는 몰라서 숨기고만 있었다면 이제는 선이 확실하게 그여졌기 때문에 그 선을 제대로 바라보고 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행동함. 마음이 편해지고 행동이 편해지고. 그래서 다이치랑 스가가 놀래서 아사히, 너 무슨 일 있었어? 하면 응, 제대로 거절당했어. 하고 웃음.


아야모는 오히려 조금 어색해 함. 의도하지 않아도 조금 아사히를 의식하게 됨. 아사히가 자신에 대한 감정을 접길 바라니까 최대한 틈을 내주지 않으려고 노력. 아사히는 그것이 자신에 대한 배려임을 알면서도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하면서 확실히 달라졌구나, 하는걸 느끼고 상처입음. 그러면서도 조금은 만족감이 듬.



아사야 고백은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말하지 않아도 그 상냥함을 깨닫고, 기뻐하고 구원받으면서(아사히) 동시에 상처입는(아야모) 그런 느낌.



유우아야는 유우의 직선적인 성격에 아야모도 굳이 여러 길을 거칠 필요성을 못 느낌.

아사야는 아사히의 섬세함에 따라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이 주어지고 서로 배려하게 됨.

아야모는 결국 유우와 아사히 중간의 사람. 누구에게도 맞춰줄 수 있음.



서로 상극이기에 오히려 아사히가 더 쉽게 수긍했을 것.

다이치나 스가가 상대였다면 더 괴로웠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