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Story 2017. 4. 13. 15:48

 아, 어제 만우절이었다며?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다지 맘에 드는 기념일은 아니라 사실 잊고 있었어. 오랜만에 하루종일 집에서 만화책이나 보며 뒹굴거리기도 했고. 도장에 가려고 했더니 오늘은 휴관이라나.


 그런데 어떻게 알았냐고?


 굿나잇 인사도 다 하고 누워있는데 전화가 왔어. 딱 12시 정각에. 평소라면 벌써 꿈나라일 유우였기에 어리둥절하며 전화를 받으니, 글쎄, 언제나처럼 생기 넘치는 목소리가 아니라 잠이 쏟아지는 목소리로, "아야상, 사랑해요." 이러는거 있지?


 유우의 애정은 받아도 받아도 늘 기쁘고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와르르 무너져서 "응, 나도 사랑해." 해주고 왜 하필 지금 그러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어제는 만우절이라고 무효라는거야. 그러면서 자기 전에 꼭 해주고 싶었다고, 웅얼거리며 얘기하곤 잘자라며 전화를 끊고 자러갔지.


 나는 이렇게 잠을 다 깨워놓고 말이야. 너무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