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숨을 크게 들이키며 눈을 번쩍 떴다. 째깍째깍, 초침은 쉬지 않고 돌아가고 품 안에선 너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레 너를 끌어안으며 네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불규칙적으로 쿵쾅대던 심장이 맞닿은 살결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와 달콤한 체향에 점점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렇게 잠시 가만히 너를 느끼다 살며시 떨어지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부엌으로 가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고 나서야 몽롱하게 꿈과 현실을 오가던 정신이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겨우 새벽 2시. 다시 잠들어야하는 시간이다. 흘린 식은땀으로 잠옷이 피부에 붙어 조금 불쾌했지만 샤워를 할 수도 없었다. 물소리에 네가 깨면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찝찝한 기분으로 침실로 돌아갔지만 언제 그랬냐는듯이 금세 웃음이 흘러나왔다. 잠결에 나의 부재를 눈치챘는지 인상을 찌푸리고 비어있는 내 자리를 더듬는 네가 있었다. 마음 한 쪽이 말랑해지는 기분에, 잠시만 이대로 너를 지켜보기로 했다.
아무리 찾아도 내가 잡히질 않자, 너는 결국 그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눈을 떴다. 옆에 가만히 서 있는 나는 눈치채지 못하고서, 몽롱한 표정으로 빈 자리를 바라보던 네 얼굴에 조금씩 설움이 번져갔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기만하다 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내뱉는 내 이름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내 이름은 순식간에 물기에 젖어갔고 그제서야 아차 싶어서 빠르게 네게 다가가 너를 감싸안았다. 놀라서 올려다보는 네 이마에 부드럽게 키스해주고 등을 토닥이며 귓가에 속삭였다.
유우…?
응, 나 여기 있어요. 잠깐 물 마시고 왔어. 어디 안 가요.
유우….
그럼에도 불안했는지, 더 깊이 품을 파고들던 너의 몸에서 서서히 힘이 빠지고 너는 곧 규칙적으로 숨을 내뱉으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어린 아기들이 자다깨서 부리는 잠투정같아 웃음이 나왔다. 아마 평소라면 또 이상한 생각한다며 툴툴거릴 너였지만 지금은 내 품 안에서 곤히 잠들어 귀엽게 입을 오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참지 못하고 짧게 입을 맞추곤 좀 더 강하게 너를 끌어안았다. 너의 모습에 마음 속 깊은 곳부터 충족감이 차올랐다.
이 사람은 내가 없으면 안 돼. 넌 내가 아니면 안 돼.
불쾌한 감정들은 이미 다 날아가고, 무슨 꿈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품 안의 너를 느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잠을 청했다.